
1. 줄거리
1990년,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내전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UN 가입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앞두고 있었고,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인물이 바로 한국 대사 한신성이었다. 그러나 같은 목표를 견제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북한 대사 림용수는 소말리아 대통령을 선점해 만나기 위해 한국 대사관의 모든 행보를 교묘하게 막아섰고, 한신성 대사는 번번이 허탕만 치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한신성은 북한이 소말리아 정부군과 불법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폭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북한 측은 이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현지 무장 단체와 손을 잡고 있었고,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게 흘러간다.

어느 날, 평범하던 모가디슈의 거리가 갑작스러운 총성으로 뒤흔들리며 아수라장이 된다. 반군이 봉기해 도심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군은 이를 무참히 진압하며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총구를 겨눴고, 도시는 순식간에 전시 상태가 된다. 공항은 폐쇄되고 외부 통신은 전부 끊겨 한국 대사관은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다. 식량과 물도 바닥나고, 밤이 되면 대사관 건물 전체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적막한 감옥이 되어버린다.

그때, 대사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밖에는 피범벅이 된 북한 대사 림용수 일행이 서 있었다. 북한 대사관 역시 폭도들의 습격으로 파괴되어 겨우 목숨만 건져 도망쳐 나온 상황. 평생 적으로 규정하던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지만, 한신성 대사는 결국 문을 연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이념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한 지붕 아래 남북한 외교관들이 모여 앉아 서로를 경계하며 식사를 나누는 어색한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총성과 혼란 속에서 며칠을 함께 지내며, 그들은 조금씩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대사관이 안전한 탈출 통로를 확보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남북한 외교진은 목숨을 건 탈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탈리아 측은 한국인만 태울 수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고, 한신성 대사는 북한 일행을 버릴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다. 모두가 함께 가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마침내 탈출이 시작된다. 차량 외벽을 책으로 두껍게 둘러 총알을 막아낸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도심을 돌파한다. 그러나 모가디슈의 거리는 여전히 지옥 같았다. 총성과 폭발음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공항 검문소에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백기를 든 그들을 향해 오해가 빚어낸 총격이 또다시 쏟아지고 만다. 결국 이들은 다시 도망치며 정부군과 반군의 공격 속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는다.
과연 남북 외교관들은 갈등과 이념을 넘어 마지막까지 서로를 지켜내며 모가디슈를 탈출할 수 있을까?
2. 명대사
이 차는 내가 모는 거니까, 나를 믿어야 돼.
- 강대진 참사관 -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생사가 달린 탈출 작전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가 담긴 대사다. 관객에게도 앞으로 벌어질 긴박한 장면들을 예고하는 듯한 힘이 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
- 한신성 대사 -
로마 공항에서 남과 북이 헤어지기 전, 한신성이 건넨 마지막 인사. 모가디슈에서 함께한 모든 시간을 마음속에만 묻어두겠다는 의미로, 다시 적이 되어 돌아가야 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적은 밖에 있어.
- 강대진 참사관 -
남북이 같은 공간에서 머물며 서로를 경계할 때 던진 말. 그 대사는 극 중 갈등을 가라앉히고 모두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주는 전환점이었다.
우리가 같이 편먹고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오?
- 림용수 대사 -
해묵은 불신이 배어 있는 말이지만, 동시에 이념보다 현실이 더 중요해진 상황을 드러내는 솔직한 심경이 담겨 있다.
우리는 동족입니다… 우리는 남과 북입니다.
- 림용수 대사 -
분단의 비극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혈연으로 연결된 민족이지만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담았다.
어차피 끝은 정해진 거 아닙니까? 사는 것도 죽는 것도.
- 태준기 서기관 -
절망 속에서 터져 나온 말이지만, 오히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아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아바이... 제가 약속을 어겼습니다...
- 태준기 서기관 -
죽음을 앞둔 태준기의 마지막 고백. 그가 평생 신념이라 믿어온 이념의 무게와 인간적인 나약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사였고, 관객에게 슬픔이란 감정을 이끌어낸 대사였다.
양손 다 씁니다. 왼손만 쓰면 좌파라고 해서
- 한신성 대사 -
극한의 상황 속에서 던진 농담이지만, 분단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비틀어낸 대사로 많은 관객에게 인상을 남겼다.
3. 관람평
이 영화는 국가, 이념, 민족, 인간이라는 무겁고 다양한 층위를 하나의 사건 안에 촘촘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관객은 스크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생생한 역사 기록을 목격하는 듯한 강렬함을 경험한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은 전쟁의 혼돈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포착한다.
모가디슈는 몰입감이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다. 단순한 전쟁 스릴러가 아니라, 분단된 민족의 아픔과 인간적인 연대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강렬한 연출 덕분에 마치 내가 1990년 내전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졌다.
특히 차량 탈출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총알이 유리창을 관통할 것 같은 현실감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정도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여운은 더 길게 이어졌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윤석은 고뇌하는 외교관의 인간적인 면을, 조인성은 냉철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강대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건 허준호의 림용수 대사였다. 이념과 충성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무게를 단단히 잡아줬다. 구교환의 연기도 극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였다.
영화는 내게 여러 질문을 남겼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이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가 평생 적이라고 규정한 대상이 사실은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족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속 문장 하나하나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역사적 배경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일부 전개가 다소 난해할 수 있고, 몇몇 인물의 감정선이 충분히 풀리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을 압도할 만큼 영화는 훌륭했다. 강렬한 연출,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 묵직한 메시지까지 모두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개인적인 평점으로는 5점 만점에 4.1점을 주며, 킬링타임용으로 한번쯤 볼만한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