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2092년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황폐한 행성이 되었다.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가 빚어낸 참혹한 결과였다. 인간들은 우주로 이주했고 거대 기업 UTS는 새로운 위성 도시를 만들어 선택받은 극소수만이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시민권조차 없이 우주를 떠돌며 생계를 위해 폐기물을 수거하는 일을 해야 했다. 승리호는 그런 우주 청소선 중 하나였다. 승리호의 선원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와 사연을 품고 있었다.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이었던 장 선장은 과거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고 UTS 소속 군인이었지만 딸을 잃은 뒤 돈만을 좇게 된 태호 범죄 조직 출신의 타이거 박 그리고 인간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로봇 업동이까지 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승리호에 모여 있었다. 매일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승리호는 우주 폐기물 속에서 뜻밖의 아이를 발견한다. 정부가 테러 조직과 연관된 위험 인물로 지목한 어린 소녀 도로시였다. 하지만 도로시는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다. 나노봇과 교감하며 이를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도로시를 팔아 큰돈을 벌 생각이었던 승리호 선원들은 그녀와 시간을 보내며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도로시의 진짜 이름은 강꽃님이었다. 뇌신경 질환을 앓던 그녀는 아버지 강현우 박사가 개발한 나노봇 덕분에 병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 나노봇은 지구를 되살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UTS 회장 설리번은 이 힘을 이용해 화성을 완전한 새로운 낙원으로 만들고 지구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설리번은 도로시를 우주 공장에 가둔 뒤 폭발을 일으켜 그녀를 제거하려 했다. 이 폭발은 지구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예정이었다.

승리호 선원들은 돈을 좇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도로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태호는 딸을 잃었던 아픔을 도로시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견뎌냈고 장 선장은 과거의 죄책감을 털어내며 진정한 리더가 된다. 타이거 박과 업동이 또한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 간다.

결국 승리호는 설리번의 음모를 막아내고 도로시를 무사히 구해낸다. 도로시의 능력은 황폐했던 지구를 다시 되살리는 희망의 씨앗이 되었고 승리호 선원들은 또 다른 여정을 위해 다시 우주로 나아간다. 그들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2. 명대사
돈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돈을 좇는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는 거야.
- 태호 -
딸을 잃은 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판단하며 살아가던 태호가 도로시를 팔아넘길지 고민하던 순간 떠올린 말이다. 탐욕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었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그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대사는 돈의 유혹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의 욕심이라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우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쓰레기로 취급받고 있는 거야.
- 장 선장 -
UTS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며 살아가야 했던 승리호 선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불평을 넘어 계급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깊은 분노가 담겨 있다. 장 선장의 이 말은 관객들에게도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겉모습이 뭐가 중요해. 안에 뭐가 들었는지가 중요하지.
- 타이거 박 -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만 외형 때문에 고민하는 업동이를 위로하는 말이다. 인간의 가치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업동이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는 대사다.
난 로봇이지만 너희들보다 더 인간답게 살고 싶어.
- 업동이 -
승리호 선원들과 함께하며 감정을 배우고 성장한 업동이의 진심이 담긴 말이다. 이는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허문다.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다 자기 자리에서 다 소중하대요.
- 도로시 -
도로시는 승리호 선원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며 모든 존재가 자신의 자리에서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말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대표하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3. 관람평
영화 승리호는 한국 SF 영화가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향해 한 발 내디딘 작품이었다. 몇몇 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을 SF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은 큰 강점이었다. 이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뿐 아니라 가족의 의미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더욱 인상 깊다.
장 선장을 연기한 김태리는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기존의 SF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송중기가 연기한 태호는 상실감에 젖은 아버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그의 절제된 연기는 몰입도를 높였고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했다.
CG와 액션 역시 훌륭했다. 광활한 우주 공간과 정교한 우주선의 움직임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승리호가 폐기물을 수거하며 위험을 헤쳐 나가는 장면들은 긴장감과 박진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유해진의 목소리가 더해진 업동이는 영화의 분위기를 밝히는 동시에 인간보다 인간다운 따뜻함으로 감동을 전했다.
다만 악역 설리번의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점과 마지막 전개의 예측 가능함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설리번의 동기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못해 캐릭터의 매력이 다소 약해 보였다. 그럼에도 영화 승리호는 한국형 SF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또한 영화는 SF의 외형 속에 현대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담았다. 환경오염 계층 갈등 자본주의의 폐해 등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승리호 선원들이 가족처럼 뭉쳐 나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준다.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