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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실 영화 베테랑 리뷰 줄거리 명대사까지

by 잠민니니 2025. 8. 4.

영화 배테랑 포스터
영화 배테랑 포스터

 

1. 줄거리

서도철 형사는 그야말로 '형사'라는 직업에 천직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능글맞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 같았지만, 사건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사명감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그는 미스봉과 콤비를 이뤄 고급 중고차를 훔쳐 되파는 지능형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잠입 수사에 나섰다. 부부 행세를 하며 일부러 사기꾼들에게 접근해 차량을 구매하는 작전이었다.

 

조직에게 접근한 서도철과 미스봉
조직에게 접근한 서도철과 미스봉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차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달아놓은 서도철은 예상대로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조직원들을 쫓았다. 트렁크에 몸을 싣고 그들의 아지트인 개조 공장까지 잠입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그곳에서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부산에 러시아 조직과 연계된 더 큰 범죄의 냄새를 맡게 되었다. 부산까지 넘어가 그곳의 범죄 조직까지 소탕하고 돌아온 서도철은 잠시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듯했다.

조직을 잡으러온 강력반 형사들
조직을 잡으러온 강력반 형사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드라마 관계자 파티에서 서도철은 잊을 수 없는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재벌 3세 조태오였다. 첫 만남부터 그의 거만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은 서도철의 촉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조태오는 주변 사람들을 마치 하인처럼 대했고, 수행원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건 예사였다. 

 

급기야는 후배를 괴롭히고 상대방의 얼굴에 음식을 던지는 등, 상상 이상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서도철은 본능적으로 조태오에게서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한편, 부산 사건에서 서도철과 인연을 맺었던 배기사는 조태오의 회사, 신진물산으로부터 임금 체불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결국 조태오의 지시로 회사 안으로 불려 들어가게 되었다. 

조태오를 추적하는 서도철
조태오를 추적하는 서도철

 

처음에는 밀린 임금을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던 조태오는, 이내 삐딱한 태도로 "얼마나 밀렸냐?"고 물었다. 배기사가 "420만 원 정도"라고 답하자, 조태오는 마치 어이없다는 듯 비웃으며 배기사와 소장에게 권투 글러브를 쥐여주며 싸움을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배기사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조태오는 그에게 거액의 수표를 던져주며 조롱했다. 그 돈은 밀린 임금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모욕과 다름없었다.

협상하는 최상무
협상하는 최상무

 

이 충격적인 사건 이후, 배기사는 극심한 절망 속에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닐 것이라 직감한 서도철은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신진물산은 경찰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기업이었다.

서도철은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기자에게 제보했지만, 신진물산의 입김에 의해 보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조태오의 오른팔인 최상무는 서도철의 아내에게 거액의 돈이 든 가방을 건네며 회유하려 했다. 하지만 서도철의 아내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오히려 경찰서로 찾아가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조태오를 잡는 강력반 형사들
조태오를 잡는 강력반 형사들


배기사의 아내 또한 수상한 정황을 제보했다. 평소 맞춤법이 엉망이던 남편이 남긴 유서의 문장이 지나치게 정확했다는 것이다. 이에 서도철은 신진물산에서 119에 신고한 사실까지 알아내며 배기사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결국, 서도철은 신진물산의 비리를 파헤치고 조태오의 만행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그의 끈질긴 추격은 거대한 권력과의 정면 대결로 이어졌다.

2. 명대사

영화 베테랑은 명대사의 향연이었다. 특히 네 개의 대사는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어이가 없네?" 
- 조태오 -

 

배기사가 밀린 임금 420만 원을 이야기했을 때, 조태오가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내뱉었던 이 대사는 개봉과 동시에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었다. 단순히 '어이가 없다'는 감탄사를 넘어, 재벌 3세의 오만함과 소시민의 삶을 돈으로 재단하는 천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였다. 

 

그 한마디에 조태오의 캐릭터가 집약되어 있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서도철 -

 

경찰 조직 내에서 신진물산의 거대한 힘 앞에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을 때, 서도철은 이 한마디로 모두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돈과 권력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그의 굳건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난하더라도 자존심과 신념을 지키겠다는 서도철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낸 대사였다.

 

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 서도철 -

 

조태오를 끈질기게 추격하며 서도철이 내뱉었던 이 대사는, 법망을 피해 도망치려는 조태오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였다.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것을 넘어, 법과 정의의 심판을 반드시 받게 하겠다는 서도철의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추격은 단순한 집념을 넘어선,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외치는 외침이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그랬어요.
- 조태오 -

 

조태오가 자신의 비리를 덮으려 할 때 내뱉었던 이 섬뜩한 대사는, 권력을 이용해 불편한 진실을 은폐하려는 그의 교활하고 비열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고, 자신에게 거슬리는 것은 문제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듯한 그의 사고방식이 담겨 있어 소름 끼치기까지 했다. 이 대사는 단순히 조태오라는 인물의 대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비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침처럼 들렸다.

3. 관람평

2015년 여름, 베테랑은 1,341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권선징악 스토리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들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오만함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부조리, 그리고 그 앞에서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형사의 집념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도철 형사로 분한 황정민 배우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그의 연기는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고, 유아인 배우가 연기한 조태오 캐릭터는 '절대 악'의 표본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섬뜩한 눈빛은 관객들에게 분노를 넘어선 공포감마저 안겨주었다.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과 류승완 감독 특유의 시원한 연출, 그리고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녹여낸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뜨거운 분노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평점을 매긴다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겠다. 액션 영화로서의 쾌감은 물론, 사회적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오락성과 메시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베테랑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베테랑은 단순히 악을 물리치는 영웅담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얼마나 많은 '조태오'들이 존재하며, 그들과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싸움인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서도철의 외침은 절망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오랜 여운을 남겼다.

 

개인적인 평점으로 4.2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