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태초의 세상은 인간과 짐승이 조화롭게 살고, 하늘 깊은 곳의 감옥에는 흉포한 요괴들이 갇혀 있었다. 이들을 봉인한 것은 도력 높은 대신선 표훈대덕이었다. 그는 요괴들의 사악한 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신비한 피리 만파식적을 3천일 동안 연주하며 감옥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3천일의 마지막 날, 감옥을 지키던 미숙한 신선 셋의 실수로 문이 하루 일찍 열리고 말았다. 그 순간 요괴들의 마성은 다시 깨어났고, 표훈대덕은 피리와 함께 요괴들의 사악한 기운에 휩싸인 채 지상으로 떨어져 행방불명되었다.
세월이 흘러 조선 시대, 천계에서 추방당한 세 신선은 좌도방의 당주 화담을 찾아가 잃어버린 피리를 찾고 요괴를 봉인해달라고 부탁했다. 화담은 요괴 사냥에 나서고, 한밤중 요괴를 발견해 화살로 포박했다. 그런데 그 화살이 다름 아닌 자신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제자들로부터 망나니 도사 전우치에게 빼앗긴 것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한편, 천관대사의 제자인 전우치는 도술로 옥황상제의 아들을 사칭해 왕을 속이는 소동을 벌이며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었다. 그는 주막에서 초랭이와 함께 청동검을 얻기 위해 과부를 보쌈할 계획을 세우던 중, 자신을 체포하러 온 화담의 제자들을 만나 모두 제압하고 주막을 나선다. 저녁이 되자 전우치는 과부의 호위단에 합류하고, 호위 도중 산적 떼를 만난다.
그는 초랭이에게 산적들을 맡기고 자신은 과부를 보쌈하려 하지만, 과부의 측근인 이천댁이 과부를 해치려 하자 그녀를 구해준다. 과부를 보쌈해 대감의 집으로 보냈지만, 사실 그 과부는 이천댁의 둔갑술이었다. 전우치는 대감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동검의 행방을 묻고, 대감은 여자를 잘못 가져왔다며 화를 냈다. 대감은 손에 든 피리를 휘두르며 전우치에게 달려들었고, 예상외의 완력에 전우치는 당황하며 집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대감의 피리를 빼앗은 전우치는 대감이 쥐 요괴의 본모습을 드러내자 그와 사투를 벌이게 된다. 위기에 몰린 전우치는 요괴에게 목이 잡혀 분질러질 뻔하지만, 미리 만들어둔 분신으로 바꿔치기해 요괴를 물리친다. 그때 갑자기 토끼 요괴가 나타나 피리를 빼앗아 달아나고, 초랭이와 전우치는 토끼 요괴를 추격하며 화담의 제자들에게서 빼앗은 화살에 부적을 끼워 쏜다. 이 화살이 결국 화담에게 날아가고, 영화는 오프닝 이전의 장면과 연결된다.
화담 일행은 두 요괴를 모두 봉인하지만, 피리는 찾지 못한다. 결국 주변 사람들을 조사해 피리의 행방을 알아낸다. 한편, 전우치는 스승 천관대사에게서 "너는 결코 진정한 도사가 될 수 없다"는 꾸지람을 듣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마음을 비우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사람들을 치료해주던 화담이 미친 무당 할멈에게서 이상한 말을 듣고, 요괴를 봉인한 호리병이 흔들리는 것을 보더니 붉은 피가 초록 피로 변하며 요괴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각성한 화담은 제자 셋을 모두 죽이고, 천관대사마저 독차로 살해한 뒤 전우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다. 전우치는 화담의 계략에 의해 누명을 쓰고 족자에 봉인되지만, 그 직전에 스승이 남긴 "거문고갑을 쏴라"는 유언을 기억하고 화담의 손에 있던 피리 반쪽을 낚아챈다.

그렇게 500년이 흐른 2009년의 서울, 3신선은 전우치를 풀어주며 요괴를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전우치는 요괴 사냥은 뒷전으로 하고 현대 문물을 즐기다, 과거에 맺어지지 못한 과부의 환생인 배우 코디 서인경과 다시 만나게 된다. 결국 전우치는 청동검을 입수해 두 요괴를 포획하지만, 요괴들은 다시 풀려나고 화담이 신선들 앞에 다시 나타난다.
화담은 신선들과 함께 전우치를 처리하기로 하지만, 전우치는 화담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악행을 저질러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전우치와 화담은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화담은 전우치를 쓰러뜨리고 만파식적을 사용한다. 이때 서인경이 피리 소리에 깨어나 복사꽃이 핀 복숭아 나뭇가지로 화담의 옆구리를 찌르고, 그녀의 정체가 바로 수천 년 전 행방불명된 대신선 표훈대덕의 환생임이 밝혀진다. 중상을 입은 화담은 패배하고, 전우치는 피리를 파괴하며 화담과의 마지막 대결을 끝낸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전우치는 초랭이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영화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과 함께 끝난다.
2. 명대사
무릇, 생선은 대가리부터 썩는 법. 왕과 대신들이 기근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돌보지 않아, 이 도사 전우치가 친히 백성들 심부름을 하고자 왔소
- 전우치 -
전우치가 둔갑술을 이용해 부패한 왕과 대신들 앞에 나타나 그들의 무능을 비판하며 백성들을 돕고자 나섰음을 선언하는 대사였다. 이 장면은 전우치라는 인물의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자유로운 성격 속에 숨겨진 의로움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도사란 무엇이냐? 도사란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고, 땅을 접어 산을 만들고, 산을 접어 강을 만들고, 강을 접어 바다를 만들고, 바다를 접어 하늘을 만들고, 하늘을 접어 우주를 만드는 것
- 전우치 -
전우치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도사란 어떤 존재인지를 설명하는 대사였다. 이 대사는 전우치라는 인물이 가진 엄청난 능력을 한껏 뽐내는 동시에, 그의 자신만만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명대사였다.
이제 좀 놀아볼까?
- 전우치 -
전우치가 요괴들과의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이 대사는 단순한 선전포고를 넘어, 전우치라는 인물이 가진 여유로움과 능청스러움을 동시에 드러내는 명대사였다.
너 사실 암컷이야
- 전우치 -
전우치가 그의 반려견이자 동료인 초랭이에게 뜻밖의 사실을 알려주며 놀리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였다. 이 짧은 대사는 둘 사이의 끈끈한 관계와 유쾌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었다.
어차피 인생은 한바탕 꿈, 나도 꿈속에서 그 여인과 키스를 했다
- 전우치 -
전우치가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대사를 읊는 순간이었다. 이 대사는 전우치라는 인물의 낭만적인 면모와 함께, 그의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명대사였다.
3. 관람평
영화 전우치를 처음 만났던 건 개봉 당시였었다.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도사와 요괴라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 기대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충족되었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판타지 액션에만 머무르지 않고, 코미디와 드라마를 능숙하게 버무려 냈다. 특히 조선 시대의 도사가 2009년 서울 한복판에 떨어져 벌어지는 이야기는 정말 기발하고 흥미진진했다. 전우치가 현대 문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예상치 못한 웃음들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예를 들어, 전우치가 TV와 컴퓨터를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엘리베이터를 요술로 착각하는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런 디테일한 설정들이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 영화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강동원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전우치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의 짓궂은 표정과 유려한 액션은 전우치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도술을 부리며 악당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강동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였다.
반면, 김윤석 배우는 냉철하고 야심 가득한 악역 화담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더했고, 전우치와의 팽팽한 대결 구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유해진 배우는 초랭이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의 특유의 코믹 연기는 영화 곳곳에 웃음 폭탄을 심어놓았고, 전우치와의 환상적인 호흡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임수정 배우는 500년 전의 여인과 현대의 여인, 두 가지 모습을 오가며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시각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한 CG와 다채로운 액션 장면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도술을 부리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요괴들과 싸우는 장면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전과 결투 장면은 역동적이고 스릴 넘쳤다. 물론, 일부 CG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국 영화의 기술력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훌륭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오락성을 넘어, 영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기 넘치고 책임감 없던 전우치가, 진정한 악당인 화담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사명을 깨닫는 과정은 꽤나 감동적이었다.
전우치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도 함께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우치는 한국형 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할리우드 영화에 뒤지지 않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도 판타지 장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평점으로는 5점 만점에 4.2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