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30년 넘게 영화를 보며 수많은 재난 영화를 접했지만, 투모로우는 유독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기후학자 잭 홀 박사가 남극에서 빙붕 시추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균열을 목격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광경은 마치 다가올 거대한 재앙을 예고하는 듯했었다. 이후 국제 기후 회의에서 잭 홀 박사는 지구가 급격히 냉각되어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미국의 부통령은 그의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잭 홀의 경고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었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해양학자 랩슨 교수에게 자신의 연구를 전달했고, 랩슨 교수는 대서양에 설치된 부표의 온도가 급강하하는 것을 확인하며 잭 홀의 예측이 현실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랩슨 팀과 잭 홀, 그리고 기상학자 토카타는 함께 기후 변화 예측 모델을 만들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북반구에서 시작된 거대한 폭풍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며 새로운 빙하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도출되었던 것이다.
이미 전 세계의 날씨는 심상치 않게 악화되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토네이도가 휘몰아쳤고, 영국에서는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얼어붙어 추락하는 등 급격한 기후 변화가 곳곳에서 비극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잭 홀의 아들 샘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에서 열리는 학술 10종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이상 기후는 뉴욕도 비껴가지 않았고,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덮치며 뉴욕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샘과 그의 친구들은 뉴욕 시내의 한 도서관으로 피신했고, 핸드폰마저 먹통이 된 상황에서 샘은 간신히 공중전화를 찾아 어머니와 통화를 시도했다. 아버지인 잭 홀 박사는 아들에게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말고 도서관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당부하며, 직접 아들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버린 뉴욕, 그리고 아들을 향한 잭 홀의 필사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잭 홀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뉴욕으로 향했지만, 모든 것이 눈으로 뒤덮인 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던 중, 프랭크는 쇼핑몰 천장의 유리를 밟고 떨어졌지만, 서로 밧줄로 묶여 있었기에 즉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의 무게 때문에 점차 다른 동료들까지 휘말려 들어가자, 프랭크는 결국 밧줄을 끊어버리고 희생하며 동료들을 살렸던 비극적인 장면도 있었다.
같은 시각 도서관에서는 샘 홀의 간절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생존자들은 남쪽으로 가기 위해 혹한의 바깥으로 나서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샘은 아버지가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도서관에 남아있는 생존자들과 함께 책을 태워 불을 지피고,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며 필사적으로 버텨냈다. 그들의 생존 의지가 도서관을 얼어붙은 세상 속 유일한 온기로 만들었었다.
2. 명대사
투모로우는 거대한 빙하기라는 재난을 다루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버지의 숭고한 부성애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명대사는 잭 홀 박사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얼음벌판을 헤쳐 나갈 때 내뱉었던 말이라고 생각한다.
얼음을 뚫고 가다 의미 없이 죽어도 전 반드시 가야만 합니다. 제 아들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 잭 홀 -
이 대사는 재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버지의 굳건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오직 아들을 향한 마음 하나로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려는 잭 홀의 의지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한 아버지의 끓어오르는 부성애와 희생정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오직 "내 아들이 거기에 있다"는 간절함 하나로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아버지의 진심이 담긴 대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내 마음에 울림을 주었었다.
이 한 문장이 영화 전체의 가장 뜨거운 심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영화 속에는 재난 앞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면모와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대사들이 많았다.
우리는 역사를 다시 쓰고 있어요. 이제는 교훈을 얻을 때입니다.
- 잭 홀 -
이 대사는 잭 홀 박사가 급변하는 기후 속에서 인류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함을 역설하는 부분이었다. 단순한 경고를 넘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였다.
이건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야.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려주는 거지.
- 랩슨 교수 -
재난의 거대함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하는 대사였다.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어.
- 잭 홀 -
이 대사는 정부와 인류가 기후 변화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을 비판하며,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잭 홀 박사가 초기에 무시당했던 상황과 대비되며, 무관심이 가져올 치명적인 결과를 경고하는 듯했었다.
3. 총평
영화 투모로우를 보며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었다. 빙하기라는 극적인 기후 변화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였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처럼 느껴져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빙하가 놀라운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산 정상의 만년설이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가뭄, 예측 불가능한 이상 기후,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홍수들을 보면서, 우리 역시 언젠가 갑작스럽게 닥쳐올 재난에 대비해야만 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처럼 다가왔었다.
하지만 투모로우는 절망적인 재난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이야기했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목숨 건 사랑은 이 차가운 영화에 따뜻한 부성애를 불어넣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잭 홀 박사의 헌신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었다. 또한, 2004년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뛰어난 그래픽 기술을 선보이며 거대한 쓰나미와 얼어붙는 도시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해내어 시각적으로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었다. 거대한 재난의 스케일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적인 드라마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재난 영화를 넘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에 5점 만점에 4.5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