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천문학자였던 란달 민디 박사와 그의 제자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연구 도중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계산 결과 이 소행성은 6개월 뒤 확실하게 지구와 충돌하게 되며 그 결과는 인류의 멸망이었다. 두 사람은 이 심각한 사실을 즉시 백악관에 알리지만 당시 대통령 제니 올린은 선거와 여론에만 관심을 두며 이들의 경고를 가볍게 넘겨버린다.

소행성이 지구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케이트는 극심한 충격에 빠지고 민디 박사 역시 답답함을 느낀다. 결국 두 사람은 대중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유명 토크쇼에 출연한다. 그러나 진행자들은 소행성 충돌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가벼운 이야기처럼 다루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방송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지만 특히 케이트가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사람들은 그녀의 진심 어린 외침을 조롱하며 인터넷에서 웃음거리로 소비한다. 반면 차분하게 설명하던 민디 박사는 잘생긴 과학자라는 이미지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어느새 정부의 대변인처럼 활용되기 시작한다.

국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민디 박사와 일행은 여러 공식 석상에 나서지만 정치적 계산이 먼저 앞선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대통령은 소행성을 핵미사일로 폭파하겠다는 발표를 하며 영웅적인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IT 기업의 최고 책임자 피터 이셔웰이 소행성에서 엄청난 희귀 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며 경제적 활용 방안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다시 뒤집힌다.

대통령과 고위층 앞에서 피터는 검증도 되지 않은 기술로 소행성을 분해해 안전하게 지구로 가져오겠다고 장담한다. 경제적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 정부는 결국 핵미사일 작전을 철회하고 그의 계획을 밀어붙인다.
이 모든 과정에 절망한 케이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부모마저 정부의 편을 들며 그녀를 외면한다. 민디 박사 역시 자신이 정치와 미디어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회의에 빠진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장을 보러 나온 민디 박사와 동료들 주변에서는 사람들 대부분이 대통령의 하늘을 보지 말라는 구호에 따라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간다. 반면 일부 사람들은 그냥 하늘을 바라보자며 진실을 알리려 하지만 이미 분열된 사회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린다.
마침내 소행성이 눈앞까지 다가오자 정부는 극소수 부유층만 탈 수 있는 탈출 우주선을 준비한다. 대통령과 피터 이셔웰 같은 일부 엘리트들은 지구를 떠나고 민디 박사와 케이트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은 마지막을 예감하며 조용히 식탁에 둘러앉는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을 향해 다가오고 소행성은 결국 지구와 충돌하며 인류의 역사는 막을 내린다.
2. 명대사
We’re all 100% for sure going to die. (우리 모두 100% 확률로 죽을 거예요.)
- 케이트 -
이 대사는 케이트가 토크쇼에서 소행성 충돌의 심각성을 알리며 거의 울부짖듯 외친 말이다.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공포보다도 답답함에 더 가깝다. 이미 결과가 명확한 재앙 앞에서 과학자는 냉정하게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케이트의 절규는 단순한 공포 표현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분노와 절망이 함께 섞인 외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진심 어린 외침조차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장면을 보며 진실은 언제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Just look up! (그냥 올려다봐!)
- 지구인 -
이 문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인 외침이었다. 정부가 하늘을 보지 말라고 외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더욱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이 말은 현실을 직시하자는 마지막 양심 같은 외침으로 들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외면할 때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야만 진실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 대사를 들으며 현실에서도 우리가 불편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두렵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바라봐야 할 순간이 온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랐다.
You guys, the truth is way more depressing. (여러분, 진실은 훨씬 더 우울한 거예요.)
- 민디 박사 -
이 대사는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체념이 담긴 말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오직 과학자로서 진실을 알리려 했던 민디 박사가 정치와 방송과 여론 속에서 점점 지쳐가며 내뱉는 말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원래 불편하고 무겁고 우울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보다 편안한 거짓과 달콤한 말에 더 쉽게 끌린다. 이 장면에서 민디 박사는 단순히 소행성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를 향해 한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말 한마디에 과학자의 좌절과 인간적인 무력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Not everything has to sound so clever or charming or likable all the time! (모든 게 항상 그렇게 멋지고, 매력적이고, 호감 가득할 필요는 없어요!)
- 케이트 -
이 대사는 뉴스 진행자들이 소행성 충돌이라는 재난조차 밝고 가볍게 포장하려 할 때 케이트가 분노하며 던진 말이다.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진실을 웃음과 가벼움이라는 포장지로 덮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보다 보기 좋은 거짓을 더 편하게 소비한다. 케이트의 이 말은 그런 사회 분위기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외침처럼 느껴졌다. 진실은 원래 불편하고 거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대사는 아주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We really did have everything, didn’t we? (우리는 모든 걸 가졌었는데, 안 그랬나요?)
- 민디 박사 -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깊게 남는 말이었다. 지구가 곧 끝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민디 박사는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며 이 한마디를 남긴다. 이 말에는 후회와 감사와 아쉬움이 동시에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바라며 살지만 사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가진 채 살아왔다는 깨달음이 이 한 문장 안에 압축되어 있었다. 평범한 일상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따뜻한 집과 대화 이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든 것을 잃기 직전에야 깨닫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 대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게 된다.
3. 관람평
돈 룩 업을 보고 난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웃으면서 봤지만 웃음 뒤에 남는 감정은 묘하게 무거웠다. 이 영화는 단순히 소행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너무도 노골적으로 비추는 거울 같았다.
과학자들이 인류 멸망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들고 와도 정치인은 지지율과 체면을 먼저 따진다. 언론은 진실보다 재미와 조회수를 택하고 사람들은 불편한 사실보다 듣기 좋은 말에 더 쉽게 흔들린다. 누군가는 인류의 종말 앞에서도 이익을 계산하고 또 누군가는 그 상황을 쇼처럼 소비한다. 이 모든 장면들이 너무도 현실과 닮아 있어서 차마 웃기만 할 수가 없었다.
특히 소행성을 둘러싼 사회의 반응은 기후 변화와 전염병 같은 우리가 이미 겪어온 현실의 위기와 겹쳐 보였다. 분명 위험은 눈앞에 있지만 사람들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지 않으려 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영화 속 대중의 모습은 극단적이었지만 동시에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케이트가 방송에서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답답함이 극에 달했다.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말을 이렇게까지 외쳐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그 절박한 외침마저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모습을 보며 영화는 냉정하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진실보다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민디 박사 역시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오직 과학적 사실만을 믿고 진실을 알리려던 사람이었지만 점점 정치와 미디어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이용당한다. 그를 통해 이 영화는 개인이 거대한 권력과 시스템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그의 변화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인간적인 약함과 현실적인 한계를 동시에 담고 있어서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웃음보다 허탈함이 더 크게 남는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지 말라는 구호에 열광하고 서로를 향해 혐오와 조롱을 퍼붓는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 되고 거짓을 믿는 쪽이 다수가 되어버린다. 그 장면들은 마치 지금 우리의 사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 식사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장면이었다. 누구 하나 큰 소리를 내지 않고 평범한 식탁 위에서 나누는 대화 속에는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체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때 민디 박사가 조용히 내뱉은 우리는 모든 걸 가졌던 거죠라는 말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평범한 일상과 가족과 식사하는 시간조차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의 결말은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슬프고 씁쓸하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의 선택에 따라 정말로 맞이할 수도 있는 미래처럼 다가왔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인 동시에 보고 나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돈 룩 업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위한 경고이자 풍자라고 느꼈다.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0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