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트로이 볼튼은 동부 고등학교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농구팀의 에이스였다. 아버지가 감독이라서 주변에서는 당연히 그가 농구로 성공할 거라 믿었고, 친구들도 그 기대를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트로이는 겉과 다르게 마음 한쪽이 늘 답답했다. 농구만이 자신의 전부가 되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따라붙는 느낌이었다.

그런 트로이 앞에 전학생 가브리엘라 몬테즈가 나타났다. 조용하고 공부만 잘하는 학생처럼 보였지만, 속에는 노래를 향한 열정이 숨겨져 있었다. 두 사람은 새해 전야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고, 어쩌다가 무대에 함께 올라 짧은 듀엣을 부르게 되었는데, 처음엔 서로 어색해하다가도 음악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금방 달라졌다. 목소리가 서로에게 실려 흐르기 시작했고, 노래가 끝났을 때 트로이는 자신도 모르게 묘한 설렘을 느꼈다. 농구 말고도 자신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떠올랐던 순간이었다.

가브리엘라는 전학 온 학교에서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트로이와 다시 마주치면서 그 계획이 흔들렸다. 트로이는 가브리엘라와 다시 노래해보고 싶어 했고, 결국 두 사람은 학교 뮤지컬 오디션에 함께 지원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이 선택이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켰다. 농구팀과 뮤지컬 동아리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분위기였고, 트로이가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사실은 친구들에게 배신처럼 보였으며, 가브리엘라도 공부에 집중하라는 압박을 받아야 했다.

오디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면서도 갈등이 커졌다. 트로이는 농구팀의 시선과 아버지의 기대 사이에서 흔들렸고, 가브리엘라도 트로이가 자신 때문에 흔들리는 게 부담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뮤지컬의 스타였던 샤페이와 라이언 남매는 이 둘을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디션 시간과 준비를 방해하는 등 온갖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로이의 아버지는 농구에만 집중하라며 오디션을 포기시키려 했고, 팀원들마저 등을 돌렸다. 결국 트로이는 좌절했고, 가브리엘라도 불안에 밀려 트로이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트로이는 남이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라 진짜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마음을 붙잡은 끝에 무대 위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마침내 오디션 당일, 트로이와 가브리엘라는 다시 무대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를 시작했다. 목소리가 맞물리는 순간 그동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고, 관객의 시선 속에서 두 사람은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나자 관객석은 뜨거운 환호로 가득 찼고, 트로이와 가브리엘라가 보여준 용기는 주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농구팀이든 과학반이든, 누구든 자신이 정한 틀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번져갔다.

영화는 트로이가 농구 결승에서 승리하고, 가브리엘라가 학업과 음악 모두에서 자신감을 찾으며 마무리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존중하면서도 한쪽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을 해냈고, 그 모습은 단순한 성장통을 넘어서 "누구든 자기 길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욕심보다 용기, 기대보다 진짜 자신을 택하는 이야기가 꽤 오래 마음에 남는 영화였다.
2. 명대사
"We're all in this together!" (우리는 모두 함께야!)
- 트로이와 친구들 -
영화 후반, 학생들이 마지막 무대에서 전부 힘을 모아 이 한 줄을 외쳤다. 농구팀, 과학반, 뮤지컬 애들까지 섞여서 똑같은 동작을 맞춰가며 노래하는데, 처음에는 서로 섞이지 못했던 아이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깨를 붙이고 웃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단순히 "같이 하자"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벽을 만들던 아이들이 그 벽을 허물고 손을 내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말이 구호처럼 들리기보다, 서로를 인정한 순간에 터져 나온 말처럼 울렸다.
"You are the music in me" (너는 내 안의 음악이야)
- 가브리엘라 -
가브리엘라가 트로이에게 노래를 알려주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였는데, 트로이가 노래를 부르면서 표정이 바뀌는 걸 지켜보는 가브리엘라의 눈빛이 꽤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냥 달콤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트로이가 갖고 있던 공허함을 대신 채워주는 말이었다. 농구로만 평가받던 소년에게 "너에게도 다른 감정이 있고, 들려주고 싶은 소리가 있다"라고 말해주는 위로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 대사는 사랑의 고백보다 "네 안에 숨겨진 진짜 너를 꺼내도 괜찮다"라는 격려처럼 다가왔다.
"Get'cha head in the game" (경기에 집중해)
- 트로이 -
트로이가 농구 연습 중 자기에게 던진 말이었다. 계속 슛을 던지면서 속으로 되뇌는데, 그 말이 다짐처럼 보이기보다 불안과 갈등을 감추려는 몸부림처럼 들렸다. 마음은 이미 뮤지컬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몸은 여전히 농구 코트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이 대사는 의지가 아니라 방어처럼 느껴졌다. "정신 차려야지"라고 말하는 순간조차 트로이는 자신이 다른 길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I gotta go my own way" (나는 내 길을 가야 해)
- 가브리엘라 -
가브리엘라가 트로이에게 거리를 두기로 결심하면서 나온 대사였는데, 이때의 그녀는 화가 난 게 아니라 마음이 지친 모습으로 보였다. 사랑이 문제라기보다,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스스로 흔들리는 게 싫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말은 "너랑 멀어지고 싶다"는 선언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추고 싶다"는 감정에 가까웠다. 사랑보다 자존감이 먼저였고, 그걸 지켜내겠다는 태도에서 묘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Breaking free!" (자유를 향해!)
- 트로이와 가브리엘라 -
두 사람이 오디션 무대에서 이 말을 외치듯 노래할 때, 그 장면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선언처럼 보였다. 억지로 맞춰온 규칙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고, 그 장면이 터져 나올 때 관객석 분위기도 확 달아올랐다. 둘의 표정에는 긴장보다는 확신이 보였고, 그 한마디가 "우리는 이제 남의 기대대로 살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노래가 끝났을 때 느껴진 청량감이 오래 남았다.
3. 관람평
하이스쿨 뮤지컬을 다시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히 10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하이틴 영화라고만 보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듯했지만, 트로이가 농구와 음악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모습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의 기대 안에 갇힌 채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특히 트로이가 무대에 처음 서려고 할 때 느끼는 불안은, 목표를 바꾸려는 게 아니라 감춰온 또 다른 나를 슬쩍 꺼내보려는 불안처럼 보였다. 농구팀 친구들이 등을 돌리는 장면에서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익숙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브리엘라도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으로 남고 싶었던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트로이와 함께 노래하면서 표정이 살짝 밝아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녀가 마음 한쪽을 겨우 열고 있다고 느껴졌다.
노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이 바뀌는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주는 장치처럼 쓰였다. "Breaking Free"가 터질 때는 둘이 그냥 해방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고, 마지막에 모두가 합쳐서 "We're all in this together"를 부를 때는 학교 안의 벽 같은 게 무너진 느낌이었다. 서로 속으로는 다 고민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래라는 도구가 대신 끌어올려준 것 같았다.
전체적인 연출도 전혀 과하지 않았다. 음악이 나오면 감정이 올라가고, 군무가 나오면 분위기가 풀리고, 대사가 막히는 순간들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덩달아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트로이처럼 남들이 기대하는 모양으로 맞춰 살았던 적이 있었고, 가브리엘라처럼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괜히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향해 한 발이라도 움직여 보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정답을 내놓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질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10대만을 위한 영화라기보다, 각자 자기가 만든 틀 안에 숨어 있던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권유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인 평점으로는 5점 만점에 4.1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