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한때 대학 산악 동아리에서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졸업 이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며 백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용남은 가족들의 눈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누나들에게는 구박을 당하고, 어린 조카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신세였다. 그렇게 초라한 일상을 보내던 중,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맞아 온 가족이 연회장에 모이게 된다. 그곳에서 용남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동아리 후배 의주였다. 어색함 속에서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넨 용남은, 의주가 그 연회장의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취업 준비를 하며 집에서 지내는 용남의 일상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하게 이어지던 잔치는 곧 끔찍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만다. 도심 한복판에서 의문의 남성이 트럭을 몰고 나타나 유독가스를 살포하는 대형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순식간에 도시 전체로 퍼진 독가스는 연회장이 있는 건물 1층까지 차오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옥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옥상 문은 굳게 잠겨 있어 모두가 패닉에 빠진다.
절체절명의 순간, 용남은 과거 산악부 에이스였던 경험을 떠올리고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열어젖힌다. 그 덕분에 가족들과 연회장 손님들은 간신히 독가스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옥상에 모인 사람들은 구조 헬기를 발견하고 환호했지만, 헬기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지나쳐 가버린다. 그때 의주는 대학 시절 배웠던 구조 신호인 모스 부호를 떠올리고, 모두에게 함께 신호를 보내자고 외친다. 사람들의 간절한 외침이 닿았는지 헬기는 다시 돌아와 구조용 바구니를 내려준다. 그러나 정원이 초과돼 모든 사람을 태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용남은 가족들을 먼저 보내기 위해 스스로를 남기기로 결심하고, 의주 역시 부점장으로서 손님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용남과 함께 남는다. 결국 두 사람은 독가스가 점점 차오르는 건물에 남겨진 채, 다음 구조 헬기가 오기까지 버티기로 한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옆 건물로 이동하던 두 사람은, 인근 학원에 갇힌 학생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조 요청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선택을 한다. 이 장면은 드론을 통해 생중계되며 전 국민의 응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산소 마스크의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독가스는 점점 더 높은 곳까지 차오른다. 희망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절망적인 순간이 이어진다. 결국 두 사람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눈앞에 보이는 타워 크레인을 향해 몸을 던진다. 독가스를 피해 한 발 한 발 힘겹게 크레인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용남과 의주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며, 영화는 이들이 과연 무사히 구조될 수 있을지 여운을 남긴 채 끝을 맺는다.
2. 명대사
다 같이 동시에! 따따따! 따따! 따! 따따따!
- 의주 -
연회장 옥상에 고립된 사람들이 구조 헬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다. 헬기가 그대로 지나쳐가자, 의주는 대학 시절 배운 모스 부호를 외치며 사람들을 독려한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구조 요청을 넘어, 재난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상징하는 대사로 남는다.
저 짝에 저거, 불꽃놀이 샀을 때 받은 건데.
- 용남 누나 -
옥상에서 구조 신호를 보내던 중, 용남의 누나는 자신이 갖고 있던 불꽃놀이 폭죽을 발견해 던져준다. 이 작은 소품은 훗날 독가스 속에 고립된 용남과 의주를 발견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사소해 보였던 물건이 극적인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상적인 복선이다.
야, 빨리 와! 뭐 하냐!
- 용남의 가족들-
용남이 옥상 문을 열기 위해 외벽을 타고 오를 때, 아래에서 가족들이 다급하게 외치던 말이다. 단순한 재촉이 아니라, 위험 속에 놓인 아들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외침이다.
아니, 내가 어떻게 널 버리고 가냐!
- 용남 -
마지막 구조 헬기가 도착했을 때, 구조용 바구니에는 단 한 명만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용남이 의주를 먼저 보내려 하자, 의주는 그를 두고 갈 수 없다며 버틴다. 이 대사는 재난을 함께 겪으며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두 사람의 유대와 진심을 보여준다.
나는 백수라서, 갈 데가 없어서 운동한 거야!
- 용남 -
구조 헬기 안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용남이 자조 섞인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다. 백수로 살아온 그의 처지와, 재난 속에서 빛났던 능력이 대비되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젠장, 이러다 다 죽겠다!
- 용남 -
독가스가 점점 더 차오르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절망적인 순간에 용남이 내뱉은 말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솔직한 절규이자, 공포에 사로잡힌 그의 심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사다.
3. 감상평
영화관에서 처음 엑시트를 보았을 때, 기존 재난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결을 느꼈다. 보통 재난 영화라고 하면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이 영화는 시종일관 코믹하고 경쾌한 에너지가 흐른다. 특히 조정석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그야말로 백미였다. 백수 청년 용남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스며들어, 가족에게 구박받는 짠내 나는 모습부터 재난 상황에서 숨겨진 산악부 에이스의 실력을 발휘하며 탈출하는 장면까지 모두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크레인 꼭대기에서 공포에 질려 울먹이는 연기는 코믹함과 진지함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명장면이었다.
윤아 배우의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인상 깊었다. 걸그룹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재난 영화 속 주연이 어울릴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영화 속 의주는 당차고 침착한 인물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위기 상황에서 판단력 있게 대응하는 모습은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렸고, 용남과 함께 재난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케미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평범함에서 오는 공감 때문이었다. 연회장, 상가, 지하철역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독가스로 인해 공포의 무대로 변하는 설정은 더욱 현실적인 긴장감을 만들었다. 또한 용남은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볼 법한 평범한 청년 백수다. 인물이 극한의 상황에서 가족과 타인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유쾌하게 비틀었다. 비장함 대신 유머를 선택했고, 거대한 스케일 대신 현실적인 생존기를 택했다. 특히 모스 부호를 이용한 구조 신호 장면은 단연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따따따! 따따! 따! 따따따!라는 대사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비닐봉지와 테이프를 이용해 만든 임시 방독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영화의 재미를 더욱 살려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재난을 극복하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취업난에 지친 용남의 모습은 많은 청춘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고, 그런 그가 위기의 순간 사람들을 구해내는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격려처럼 느껴진다. 940만이라는 관객수를 기록한 흥행 성적은 이 영화가 가진 대중성과 공감력을 충분히 증명하는 결과였다.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1점으로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