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국 멜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줄거리 관람평 감상평까지

by 잠민니니 2025. 8. 3.

영화 내 머릿속에 지우개 포스터
영화 내 머릿속에 지우개 포스터

1. 줄거리

사랑에 대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수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건망증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잊고 싶은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붙잡고 싶은 기억은 사라져 가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그녀의 삶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어느 날, 우연히 편의점에서 만난 남자 철수와의 어설픈 첫 만남은 그녀의 텅 빈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콜라 한 병을 두고 벌어진 오해는 사소했지만, 그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철수가 자신의 콜라를 먹었다고 오해하는 수진
철수가 자신의 콜라를 먹었다고 오해하는 수진

 

건설 현장에서 재회한 수진과 철수. 툴툴거리는 말투 속에 숨겨진 따뜻함과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배려에 수진은 점차 철수에게 이끌렸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자신을 구해주던 그의 모습은 잊고 지냈던 설렘을 다시금 일깨웠고, 수진은 주저 없이 철수에게 다가갔다. 술잔을 기울이던 밤, 철수가 무심하게 던진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라는 한마디는 장난 같으면서도 모든 것을 걸겠다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수진은 망설임 없이 잔을 비웠고,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은 시작되었다.

 

수진의 아버지 현장에서 감독으로 일하는 철수
수진의 아버지 현장에서 감독으로 일하는 철수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던 중, 수진은 아버지에게 철수의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건설 현장 감독이라는 사실 대신 건축가라고 둘러댔던 작은 거짓말은 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과거의 아픔과 사회적인 시선에 대한 부담감은 철수를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수진을 향한 그의 사랑은 그 어떤 벽도 허물 수 있을 만큼 강했었고, 결국 그는 수진의 아버지 앞에 서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었다. 과연 이들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철수에게 결혼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그에게 사랑과 가정을 꿈꿀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족쇄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수진을 만나고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녀의 맑고 순수한 영혼은 얼어붙었던 철수의 마음을 녹였고, 미래를 함께 꿈꾸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마주한 수진의 아버지 앞에서 철수는 온갖 비난과 무시를 감내해야 했다. 상처받은 수진이 뛰쳐나가자, 철수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나섰고, 빗속에서 쓰러진 수진을 품에 안았다. 그 애틋한 모습에 결국 수진의 아버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요리하는 수진
요리하는 수진

 

행복한 결혼 생활이 시작되고, 철수는 꿈에 그리던 건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승승장구했다. 수진 또한 밝은 모습으로 그를 응원하며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수진의 건망증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섬뜩한 전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를 잊거나, 철수의 도시락에 반찬 대신 밥만 가득 채워 넣는 등 그녀의 이상 행동은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철수는 그녀가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주방을 리모델링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출근 전 철수 넥타이를 매주는 수진
출근 전 철수 넥타이를 매주는 수진

 

결국 병원을 찾은 수진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 그녀의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어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철수는 절규했고, 수진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사실은 철수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가족들은 수진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철수는 그녀와 함께 남은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우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진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던 철수. 영화는 그들의 애틋하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2. 명대사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 철수 -

 

이 대사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수진에게 끌렸지만, 자신의 처지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철수였다.  하지만 술기운을 빌려 무심하게 던진 이 한마디는 그의 진심을 담고 있었다.

 

사랑에 있어서 완벽한 확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강렬한 끌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철수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수진이 망설임 없이 잔을 비우던 그 순간, 두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대사는 단순한 고백을 넘어, 사랑을 향한 철수의 용기와 진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나한테 스며들었어요. 
나는 당신처럼 웃고, 당신처럼 울고, 당신 냄새를 풍겨요.
- 수진 -

 

기억이 사라져 가는 병 앞에서 수진이 철수에게 건넨 이 말은 듣는 이의 심장을 저미게 만드는 아픔과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했었다. 

육체의 기억은 사라져도 영혼의 기억은 남아있다는 것을, 사랑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존재 자체에 스며드는 것임을 그녀는 처절하게 증명했다. 철수와 함께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들은 수진의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그녀를 철수와 닮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슬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이 대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먹먹함을 남겼었다.

3. 감상평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그저 아름다운 멜로 영화 한 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스크린을 마주했을 때,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과 망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의 숭고한 힘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사랑하는 여자가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철수의 모습은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듯했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결코 수진의 손을 놓지 않았고, 남은 시간 동안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 헌신적인 사랑은 보는 내내 깊은 감동과 함께 먹먹함을 안겨주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어떤 고통보다도 잔인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철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았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의 흔적은 영혼에 남아있다는 것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따뜻하면서도 슬픈,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었다.

 

손예진과 정우성의 연기 또한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었다. 손예진은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부터 기억을 잃어가며 느끼는 혼란과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고, 정우성은 무뚝뚝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깊고 뜨거운 사랑을 눈빛과 표정만으로 완벽하게 전달했다. 두 배우의 완벽한 조화는 영화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깊숙이 끌어당겼었다.

 

이 영화는 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까? 육체는 쇠퇴해도 영혼의 사랑은 변치 않을까?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이유였다. 이 영화는 단순히 슬픈 멜로를 넘어,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선사했었다.

 

개인적인 평점은 4.1점을 준다.